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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저메키스는 왜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만으로 영화를 만들었을까? 이 영화의 IMDB FAQ 페이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순수 CGI라는 선택은 과연 성공한 것일까?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 베오울프를 보고나서 다시금 깨닫게 된 사실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비주얼 지향의 순수 CGI 영화는 아무래도 필요한 부분만 CGI로 처리한 영화들보다 몰입감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그 감흥이 덜하다는 것이다. 특히, 등장 인물들의 어색함은 알게 모르게 몰입을 대단히 방해하며, 몸짓이나 표정을 통한 미묘한 감정 전달이나 분위기 형성 같은 것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런 관점에서 베오울프는 CGI 비중이 엄청나게 높은 300 같은 영화와 매우 대비된다. 300은 최소한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가능한 실제 촬영이라는 접근방식을 취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적절한 선택이 되었다고 본다. 물론 베오울프의 흥행이 신통치 않았던 것은 그 스토리나 극적인 전개 등 비주얼 외적인 부분에도 크게 기인할 거라 생각한다. 허나 한편으로는 완전 동일한 스토리였더라도 실사+CGI로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여줄 수만 있었다면,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들의 머리 속에 '정말 대단한 영화'라는 느낌만을 남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주얼로 압도해버린다고나 할까. 앞서 얘기한 300의 경우처럼 말이다. 스토리 관점에서의 부실함이라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베오울프는, 순수 CGI라는 접근을 통해 어느 정도 의도한 장점을 살렸을지 모르나 그런 약점을 덮어버릴 정도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완성하는데는 실패한 셈이 되어 버렸다. □ 베오울프 뿐만 아니라 Final Fantasy: The Spirits Within이나 저메키스의 the Polar Express 같은 영화들은 실사나 실사+CGI 영화에서는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장면들을 보여주는데는 성공을 한 영화들이다. 하지만, 영화의 비주얼이나 특정 장면에 대한 경탄과 영화에 대한 몰입은 별개의 문제이며, 결과적으로 이는 흥행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예를 들어,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Final Fantasy: The Spirits Within는 당시로서는 대단한 비주얼에도 불구, 결국 그것 이상을 보여주지 못해 스퀘어 재정을 뒤흔들 정도의 재앙이 되어 버렸다. 저연령층 관람객을 노릴 수 있는 가족영화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등장한 the Polar Express는 다소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말이다. 현실에서 발생할 것 같지 않은 장면들---심지어 과학적으로 절대 발생 불가능한 것들마저도---을 기술력을 통해 그럴 듯하게 보여주는 것---예를 들어 Final Destination 2의 그 유명한 고속도로 시퀀스---역시 관객의 눈을 속이는 것이긴 매한가지다(DVD 스페셜 피처에서도 언급되었던 것 같은데, 통나무의 탄성을 고려하면 실제로 영화 속 장면은 발생할 수가 없다). 허나 너무 대놓고 속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훨씬 잘 먹힌다. 몰입을 방해해 감동의 증폭을 불가능케 하는 CGI의 이러한 부작용은 CGI만으로 이뤄진 실사 비주얼 지향의 영화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한다. 눈치채지 못하게 수준을 한껏 높여 관객의 몰입이 전혀 방해받지 않도록 하지 않는 이상, 아마도 관객은 부지불식 중에 뭔가 와닿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영화가 주는 감흥을 다소간에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흥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 설사 영화 관람 전 순수 CGI 영화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관객들의 눈에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 그리고 결정적인 '옥의 티'가 전혀 없어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CGI는 언제쯤 등장할까. 그 정도의 CGI라면, 인간의 뇌는 아마 비주얼에 대해서도 suspension of disbelief를 작동시킬 것이 분명하다. 순수 CGI 영화가 실사 영화를 밀어내기 시작하는 시점은 바로 그런 수준의 기술력이 영화산업에 적용되는 바로 그 시점이 될 것이다. 순수 CGI 영화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고, CGI 수준도 어색함이 전혀 없는 수준을 향해 점점 진보해 나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50년 혹은 100년 후에 우리는 CGI로만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만을 보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방송/영화와는 무관한 분야에 '악용'되는 부작용도 수반될 것이고...) 배우들도, 촬영 감독도, 조명기사도 이미 멸종(?)된 세상이 되었을 즈음엔, 현재와는 정반대로 우리는 오히려 실사를 더 어색하게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조건 하에 이용가능
![]() ★ 한RSS를 통한 정기구독을 원하신다면... ![]() # by procol | 2008/03/10 02:54 | Movie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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