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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잘 사는 사람들에게 여윳돈이 좀 생겨야 재래시장에도 돈이 풀린다고 믿고 계십니까? 혹시, 대기업이 잘 되야 그에 딸린 수많은 중소기업도 잘 될 수 있다고 믿고 계시진 않나요?
부자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펼치면 그것이 그 아래 계층인 중산층과 서민에게 점차 내려가면서 확산된다는 경제 정책을 trickle-down economics 라고 부릅니다.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완화, 법인세 인하 등의 정책은 이런 성격을 갖는 다수의 정책 중 일반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 예라 할 수 있겠네요. 빈번히 혼용되지만 의미가 조금은 상이한 trickle-down effect(상품 구매층 확대의 패턴을 지칭하는 마케팅 용어)가 적하 효과 또는 하방침투 효과라 불리고 있으니, 이것은 적하 경제 정책 또는 하방침투 경제 정책으로 번역하면 되려나요. The trickle-down effect is a marketing phenomenon that affects many consumer goods, including - but not limited to - new technology and fashion. Initially a product may be so expensive that only the wealthy can afford it. Over time, however, the price will fall until it is inexpensive enough for the general public to purchase. 첨단 기술 제품과 패션 상품 같은 소비재 상품에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 현상. 처음에 상품 가격이 너무 높아 부자만 살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 대중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의 가격 하락이 발생하게 된다. Trickle-down economics는 경제학 용어라기보다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관한 정치적 용어이며 실질적으로는 허구적인 선전 propaganda에 가깝습니다. 이 정치적 용어의 허구성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으며, 영진공 이규훈님의 글에서 언급된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는 이렇게 낡은 정치적 선전을 80년대식으로 부활시킨 것에 다름 아닙니다. 한마디로,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라 할 수 있는데, 상위 1%만을 위한 이명박 정부가 아니나 다를까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이런 식의 경제 정책을 들고 나오는 것이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런 경제 정책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지 드러내주는 허점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차원 "동네 부자의 수입이 증가하면 동네 주민들도 수입이 조금은 증가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조금 먹고 살만한 사람에게 평소 수입보다 더 큰 수입이 생기면, 일주일에 한번 먹을 생선이나 고기를 두번 사먹을 수 있게 되고, 한 달에 한번 갈까 말까한 영화관에 두 번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시장 상인들과 영화관 주인의 소득은 직접적으로 증가하겠죠. 그러나 고도화된 현대 경제가 이렇게 단순한가요? 부자에게 돈이 더 생기면 그들은 평소 안 하던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대개 부의 증대를 위해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재투자를 합니다. 직접적인 소비를 통한 소득의 분배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는 얘기죠. 물론, 이런 과정에서도 부동산 업자가 조금 배를 불릴 수도 있고 은행원에게 조금은 더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지만, 혜택은 개인에게 직접 돌아간다기 보다는 주로 기업에 돌아가며 그 상관관계도 그리 높지 않을 겁니다. 소비를 한다 해도 생필품이나 먹거리 등의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소비가 이뤄진다는 것이죠. 고가 미술 작품이나 수천만원 짜리 명품 가방 같은 사치품이 더 팔린다거나 해외 여행 건수가 증가한다거나 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수천만원 짜리 명품 가방 하나 판매의 효과가 어느 재래 시장 상인 호주머니에 한 0.0000000000000000000000001원쯤 넣어줄까요? 나비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볼 때 명품 가방 판매와 재래 시장 상인의 소득 증가는 무관합니다. 오늘날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는 단순한 소비가 아닌 부의 증대를 위한 재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그 소득 증가분의 거의 대부분은 다시 어디엔가 묶이거나 그 가치의 대부분이 희귀성에서 오는 상품(그래서 그 상품의 생산 과정에 상대적으로 많은 이들이 관련되지도 않는)을 구입하는데 쓰일 가능성이 많다는 겁니다. ▶ 경제 시스템 안의 기업 차원 기업 차원에서는 더욱 더 허구적입니다. "대기업 수입이 커지면 관련 중소기업들의 수입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의 핵심 논리가 이것입니다. 수출 증가 ▷ 대기업 성장 ▷ 고용 증가 & 중소기업 수입 증가 ▷ 소비 진작 ▷ 경기 호전 ▷ 기업 투자 증가 ▷ 고용 증가... 이렇게 선순환을 탄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 첫단추인 수출 증가를 위해, 고유가 시대에도 뭐 믿고 저러나 싶을 정도로 미칠 듯한 고환율 정책을 펴서 물가를 끌어올린 것입니다. 수출 경제 위주의 대한민국 경제에서 언뜻 맞는 말도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이것은 더욱 더 완벽한 허구일 뿐입니다. 비정규직의 양산, 해외생산의 증가, 납품단가 억제. 이 세가지 키워드만 생각해도 대기업 성장으로 촉발되는 고용 증가 효과가 예전처럼 그리 크지 않음을 능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중 이 글 내용과 연관도가 높은 납품단가 억제 부분을 보면... 못 살던 시절에 사람들은 고용인의 피고용인에 대한 부당한 착취를 더 문제 삼았죠.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과 기업간에도 그 상하관계가 있으며 개인 관점에서의 '착취'라 부를 만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불공정한 하청관계, 좀 더 거친 표현으로 납품 단가 억제를 통한 대기업의 하청기업 수탈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납품 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가 없는데도 대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어 현실화된 납품 단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지출은 하청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고 대기업은 고환율 정책 하에서 수출만 더 늘리며 희희낙락할 수 있는 겁니다. 악질적인 거죠. IMF 환란으로 모든 장벽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을 유린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위기 상황의 김대중 정부는 물론이고 뒤이은 노무현 정부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해서, 국가 경제 시스템에 거의 쓰나미급으로 작용을 했죠. IMF 이전에도 문제였지만, IMF 이후 훨씬 더 악화된 형태로 고착화된 이유입니다. 참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용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삼성이 돈 많이 번다고 우리나라 협력업체(라 쓰고 하청업체라 읽음)가 꼭 돈 많이 벌게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삼성은 하청업체를 쥐어짜거나 저비용의 해외 공장을 찾아서 수익을 유지하죠. 참고 기사: 삼성전자 LCD ‘깜짝 실적’ 웃음 뒤 협력업체 ‘수익 악화’ 눈물 참고 기사: 삼성·LG 글로벌소싱 확대, 휴대폰 부품업체 '울상' 나이드신 분들이 흔히들 얘기합니다. 돈이 좀 풀려야(잘 사는 놈들에게 여윳돈이 좀 생겨야) 재래시장에도 돈이 풀린다고요. 맞는 말일까요?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말도 많이들 하시죠. 정말 그럴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세상은 이미 변했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에게 돈이 더 생긴다고 이미 충분히 잘 먹고 있는 그들이 일부러 재래시장에 와서 생선 한 마리 더 사가지 않죠. 혹여나 그런다 해도 그들은 재래시장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하는 대형 할인 마트나 백화점 지하의 식료품 코너를 찾을 뿐입니다. 대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늘어나고 규제가 철폐되어야 그들이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들어갈 만한 재투자를 할 거라고요? 그들이 요즘 현금이 모자라서 투자를 안 하나요? 규제가 많다고요? 삼성이 규제가 너무 많아서 국내 투자를 주저한다고 한다면 거짓말입니다.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표현은, '시장 지배 사업자인 대기업이 기업하기에는 너무 좋고, 신생 기업, 중소기업, 하청기업이 기업하기는 힘든 나라'라는 표현으로 정정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trickle-down economics는 다 같이 못 살고 못 먹던 사회에서나 직접적인 소비 증대 및 직접 재투자로 인한 연관 산업 활성화로 조금 통할까 말까 하는 허구적인 경제 정책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엥겔 지수가 높은 사회, 계층간 소득 격차가 크지 않은 사회, 가내 수공업이 전부인 사회에서나 제대로 통할 얘기인 거죠. 21세기에 이런 경제 정책들을 펴는 것은 그래서 기만적인 것입니다. 관련 기사: 그린스펀, 양극화 흐름에도 쓴소리“노동자 임금 더 빨리 오르지 않으면 자유시장 지지 약화” 구축 효과라 불리는 crowding-out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PS. 박노자 교수가 7월 14일 강연할 내용의 골자라며 아래 블로그 포스트를 게재했더군요. ▶ 박노자 글방 "미친 소" 정국이라는 거울 대한민국에 휘몰아친 신자유주의에 대해 관심있는 분은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TrickleDownEconomics, TrickleDownEffect, 적하효과, 하방침투효과, 트리클다운,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 이명박, 사기꾼, 강만수, 신자유주의, 대기업, 기득권,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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